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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 대한 범죄가 아닌 전 인류에 대한 범죄 [우리는 아우슈비츠에 있었다]

그의 책이야기/동유럽문학

by 그라나도 2012. 6. 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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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우슈비츠에 있었다8점
우리는 흔히 나치가 저지른 범죄를 생각하면 대표적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악랄한 범죄를 떠올린다.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의 제목 역시, 흔하디 흔한 유태인에 대한 수용소의 범죄를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작가가 또한 주인공이기도 한 이 소설에서는 그는 흔히 생각하는 나치의 범죄로 인한 피해자인 유태인이 아니다. 그저 단순한 폴란드 사람일 뿐이다. 

수백만의 유태인 학살, 그리고 그것이 벌어진 장소인 아우슈비츠. 이런 모습 때문에 우리는 나치의 범죄 하면 유태인 하나만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정확히 알아야 한다. 나치는 생각보다 더 큰 범죄 집단이었음을. 아리아인 우월주의라는 것에 휩싸여 유태인 뿐 아니라, 수많은 민족들을 억압하고 비인간적으로 다뤄왔다. 소솔 속, 보롭스키는 비교적 담담하게, 그리고 조용하게 이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유태인이 아닌 그들 역시도 악랄하게 핍박받았다.

친 형이 반 년 동안 유럽에 가 있을 때, 닥하우 수용소를 들렸던 사진. 예전에는 그저 뭐 그런 곳을 다녀왔겠거니 싶었지만 이 소설을 본 다음에는 그 곳이 확 눈에 들어왔다. 배럭이라는 조금조차 움직일 수 없는 공간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살게 한 나치의 범죄.

이번 여름, 나는 만주로 여행을 떠난다. 우리 민족의 원류를 찾겠다는 여행의 큰 테마가 있지만, 방문하는 장소들에는 이 당시, 나치와 같은 악랄한 범죄를 저질렀던 일본의 자취를 만나게 됨도 당연한 것이다. 하얼빈의 관동군 731부대 유적, 선양의 918사변박물관 등.

생각해보면 나치만 유럽의 수많은 민족들에 대해서 범죄를 저질렀던 것만은 아니다. 일본 역시 당시 전범국으로써 동아시아 수많은 민족에게 핍박을 가했다. 실험의 잔혹함은 나치를 뛰어넘었던 731부대, 한 달동안 30만 명을 학살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찾아볼 수 없는 악랄했던 난징 대학살 등. 내가, 우리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 느껴지는 전범국의 피해자들의 아픔은 더욱 더 가슴시리도록 와닿는 것 같다. 

내가 이 글을 쓰며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그들의 범죄는 유태인에 국한된 범죄가 아니었다. 유럽과 수많은 주변 민족, 또 동아시아 민족 등, 전 인류에 대한 범죄를 범했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이 아니니깐, 나치에 대해 덜 관심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다르게 생각을 해본다면 우리 역시 이 전쟁범죄의 피해자였다.

역사는 현재와 미래의 거울이라고들 흔히 이야기한다. 이런 전쟁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된다 모두들 한 목소리로 이야기는 하지만, 더욱더 확실히 해야 할 것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십 년 전, 결코 일부가 아닌 전 인류에 대한 범죄가 엄연히 존재했었고, 그 피해자였던 우리라도 그것을 절대 잊지 말고 호안(虎眼)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http://granado2.tistory.com2012-06-24T05:29:51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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