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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이슬람. [저주받은 안뜰]

그의 책이야기/동유럽문학

by 그라나도 2012. 5. 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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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안뜰 외10점

           기독교 세력이 여전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현재 세계에서, 기독교 VS 이슬람 구도에 직접적이지 않은 우리들은 대개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이미지로 그들을 판단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슬람은 어떤 느낌일까? 오래 전부터 기독교를 괴롭히고, 현재는 또 테러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름 그것은 기독교 언론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라고는 하지만 쉽사리 그런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소설의 배경은 보스니아가 아니고 터키이다. 그냥 터키가 아닌 제국으로써의 터키. 그리고 젬 술탄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시대는 그야말로 터키가 세계 최강국이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려지는 터키의 모습은 연민을 느끼게 만든다.


           터키의 명망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던 차밀. 비이슬람인인 그리스 여자를 사랑했지만, 기독교 인들의 이슬람에 대한 배타적인 모습에 그것을 이루지는 못하고 젬 술탄의 이야기에 탐닉하다 인생이 붕괴된 모습. 그것과 유사하게 메메드 2세의 아들로 태어나 터키의 술탄까지 노렸었으나 기독교 세력에 납치되어 여기저기 볼모로서, 협상의 도구로서 이용만 당하다가 타지에서 생을 마감한 젬 술탄의 모습.


           이슬람 세계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차밀은 기독교인들의 배타적인 태도로 결국 인생이 붕괴되었다. 그리고 자신과 유사하게 기독교인들에게 이용당한 젬 술탄에게 관심을 가지고 탐닉하게 되었다. 결국 이 두 인물 모두 기독교에 의해 인생이 붕괴되었다.


           작가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유고슬라비아의 태생이다. 이후 유고 연방이 붕괴된 이후 세르비아의 보스니아에 대한 침략을 생각하면 이 소설의 맥락은 실제로 존재했던 이 침략까지 연계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하고 싶다. 하지만 이 소설이 그보다 훨씬 이전에 쓰여졌기에 소설을 여기까지 연계시키는 것에는 무리가 있지만, 작가가 유고슬라비아 내의 이슬람 사람들이 기독교인들에 의해 억압받는 것을 보고 이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곳에 따라 어느 것을 선과 악으로 파악하느냐는 다 다르게 이루어진다. 기독교의 입장에선 이슬람이 악이었을 것이며, 이슬람의 입장에서는 기독교가 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기독교권도, 이슬람권도 아닌 우리가 마치 기독교권에 사람인 양 이슬람을 쳐다보는 잣대는 잘못되었다. 더 이상 '강한 악 이슬람'이 아니라 '약자 이슬람'의 면모도 보아야 한다. 그것이 이 소설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닐까?

http://granado2.tistory.com2012-05-13T03:57:540.31010

강의 과제로 쓴 거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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