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 2011년 8월 11일
아침 8시까지 광화문 6번 출구로 나와 코리아나 호텔 앞으로!!
방학을 지내면서 평소 기상시간이 11시 가량이었던 나에게 이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꾸역꾸역 기어나오는 건 정말 고역이었다. 그래도 무언가 일을 하기 위해 일어나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다행히 제 시간에 일어나서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장에는 현대아산 관계자분이 계셨다. 그 전에 딱히 따로 사전OT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뭘 해야될 지 잘 몰라서 뻘쭘하게 서 있다가 멘티 학생들이 오면 차를 태우고 하였다.
8시 20분 출발 예정이었는데 학생들이 다 도착하지 않아서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이 캠프는 경주 켄싱턴리조트에서 하기 때문에 거기로 이동하는 동안 4시간이 걸렸다.
버스 안에서는 다른 멘토 분과 같은 자리에 앉았는데, 알고 보니 그 형은 같은 과 동기로
나와 같이 동기 친구의 연락을 받고 참여하게 된 분이었다. 공감대가 많다 보니
4시간 내내 줄곧 이야기하며 즐겁게 내려올 수 있었다.
경주 켄싱턴 리조트에 도착. 우중충한 경기권 날씨와는 달리, 경주 날씨는 화창한 파란 하늘이기
그지없었다. 버스가 늦게 출발한 탓에 늦게 도착하여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종합운동장 쪽에서 버스를 타서 온 내 친구들은 이미 먼저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곳에 온 멘토는 총 10명, 나와 동기들을 비롯한 연세대 경영 4명과
또 기존의 멘토링 캠프에서 멘토로 활동하던 카이스트 3명, 고려대 1명, 연세대 1명, 경찰대 1명이 있었다.
소개해 준 동기 친구가 이런 곳에서 또 다른 사람들하고 친해지면서 다른 학교 사람들 많이 알 수 있다 했는데,
그들은 이미 서로 같이 해 온 사람들이라 그들만의 바운더리가 있어서 끼기가 힘들었고,
결국 우리 동기들끼리만 다니는 상황이 되었다.
각 멘토별로 학년별 학생들을 맡았다.
나에게 주어진 학생들은 중3 학생 7명!!
이런 캠프 무경험자인 나에게 중3을 맡기다니 스텝들은 어떤 생각인건지 정말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중3 아이들 답게 별로 서로 말도 안하고 있어서 얘들을 어떻게 친하게 만들지도 정말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초4를 맡은 친구는 벌써 자기네들끼리 친해져서 잘 놀고 있었는데....
저녁 식사를 하곤 버스를 타고 첫 번째 산업체를 견학하러 떠났다.
원래는 S-OIL 현장을 방문하게 되어 있었지만,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행선지는 울산 박물관으로 변했다.
울산 박물관은 최근에 개관한 박물관이었다. 우리의 인식 자체가 울산이라는 도시는
최근에 큰 도시라 박물관에 실을 만한 유물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고등학교 국사에서 주구장창 배우는 암각화라든지, 신라 시대 국제 무역항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다른 곳에 못지 않게 과거의 유물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또한 역시 근현대 역사에서 한국 산업 발전의 중심지인 만큼 그런 부분의 전시 모형도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리조트로 돌아와서는 저녁식사를 하고
멘티들에 대한 학습 스케쥴 강의를 하였다.
이 강의는 우리가 직접 맡아서 하는 게 아니라 전문 강사 분들이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와 친구들은 뒤로 빠져서 놀고 있었다. 이거 마치고는 경제강의를 했는데
이걸 하면서 각 조에 미션이 나왔다. 사업 모델을 선정하여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것.
우리 조 아이들은 새로운 요트 사업 모델 만들기를 선택했다.
모든 행사가 다 끝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이 캠프는 특이한 게 인솔 멘토들과 멘티가 한 방을 써야 된다.
서로 말을 거의 안해서 2시간 가량 MC마냥 애들을 이야기하게 어느 정도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몇 명은 이야기 해도 몇 명은 안하니.... 애들이 빨리 친해져야 하는데 좀 걱정이었다.
어차피 중3 정도 되면 다 크지 않았나? 나와 4살 정도 밖에 차이 안나고, 내가 한창 블로그를 할 때도 중3이었으니...
조 내에서 조장을 정하고 그 아이 보고 아이들 밖으로 못나가게 하는 정도로만 통제해라고 하고,
그 안에선 편하게 놀라고 했다.
이런 캠프, 배워 가는것도 좋지만, 전국 각지에서 온 친구들끼리 만나서 이야기 하고 노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깐.
다만 첫 날이라 그런지 아이들끼리 무지 서먹서먹해서 서로 별 이야기를 많이 않고 일찍 잠드는 분위기였다.
3일차, 2011년 8월 13일.
오전행사는 수영장을 가는 것이었다.
켄싱턴 리조트 바로 옆에 있는 한화 리조트에 있는 수영장이었는데,
규모나 수심을 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수영장인 듯 싶었다. 아 물론 온천수를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가족단위 관광객을 받는 듯하기도 했다. 온천수라 물은 좋아보였다.
여기서 뭐 논다고 해봤자 다 큰 우리들이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초등학생 멘티들을 놀아주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수영장 행사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숙소 와 있었는데 우리 조 경재가 계속해서 다리를 절었다.
왜그러냐고 하니 수영장에서 미끄러졌는데 예전에 다친 부위가 또 아프다는 것이었다.
1시에 모일 때 스텝들한테 가보자고 했는데, 그 전에 스텝들한테 전화가 와서 경재를 데리고 갔다.
상태가 좀 좋지 않았는지, 경재는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밤에 경재 어머니께 전화해보고 경재와 연락을 해보았다. 화요일에 CT를 찍어봐야 하고
지금은 깁스를 하고 있다고 하니 무척이나 걱정이 되었다.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다 갔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 매우 안타까웠다.
오후에는 멘티들 대상으로 리더쉽 강연이 있었다. 그리고 리더쉽 강연 이후에는 게임이 있었는데
주 게임은 날계란을 잘 싸서 안터지고 가장 멀리 던지기.
여기에 쓸 재료를 구하기 위해 단어 연상 게임, A4지 높게 쌓기 게임을 하고 주 게임으로 들어갔다.
우리조 아이들은 스티로폼 판으로 흔들리지 않게 몇 겹을 싸고 맨 마지막에 물풍선을 넣어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을 이용하기로 했다. 게임에서는 2등으로 떨어진 조가 계란이 깨져 우리조가 3위를 하였다.
저녁 식사 후에는 아이들의 산업현장 방문 후기 작성 시간이 있었다.
원고지 5장 분량의 글을 쓰는 것이었다. 이것을 내가 봐주고 첨삭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그 동안 캠프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볼 수 있었다. 후기 작성 이후에는 미션게임을 했다.
모든 일정이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다. 모든 방에 나오는 치킨 한마리 반을
멘티들과 함께 나눠 먹었지만 약간 양이 모자라다는 생각에 조장 멘티 데리고 나가서
몰래 치킨 두 마리 시켜서 들어왔다. 경재가 빠져서 아쉬웠지만
나머지 멘티들은 다들 서로 많이 친해져서 재밌게 놀고 있었다.
4일차 2011년 8월 14일.
4일차 마지막날.
마지막날은 중식 이후 떠나기 때문에 오전행사 밖에 없었다.
오전 행사들은 멘토교사들과의 대담. 이전에 조사한 멘토에 대한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이었다.
초,중학생들이 멘토들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 이성 관련 이야기라든지, 공부 방법들이 주를 이루었다.
학교 축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우리 쪽에서 대학 최고의 축제 아카라카라고 하니깐
고대 형이 방금 말은 잘못되었고, 최고의 축제는 입실렌티라고 하며 서로 티격태격하는 게 재밌게 보였을 것이다.
단지 돈을 벌려고 간 캠프였다 원래.
하지만 여기에 가서 여러가지 산업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나보다 어린 사람에 대해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라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던 곳인 듯 하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 밖에 없어서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태도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국토대장정과는 또 상반된 곳이었기 때문에 그것에서도 배움이 있었다. 재밌었다. 그리고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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