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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을 보듬어 주는 작가 보후밀 흐라발.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그의 책이야기/동유럽문학

by 그라나도 2011. 4. 1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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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히 감시받는 열차8점

           엄중히 감시 받는 열차라는 제목, 세계대전을 겪은 체코인 작가. 이런 것에다 수업 내내 들을 수 있었던 중부유럽인들의 자의식. 이런 것을 퍼즐조각처럼 하나하나 모아보았을 때 체코의 자의식으로 인한 나치에 대한 강렬한 비판이 있겠거니 대강 유추할 수는 있었다. 그래! 역사를 좋아하는 나니깐 이런 시대물의 소설이라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겠구나!

           근데 이 책 어렵다. 직설적으로 나치즘을 비판하는 거 같지도 않고 아니 나치즘을 비판하고자 하는 건지 단지 침략자들을 비판하는 거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야설 같기도 하고 당최 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만 가득 찼고 이 상태론 퀴즈고 에세이고 하나도 못 쓰겠단 생각에 밤을 새서 다시 한 번 더 읽어보게 되었다. 다시 읽어서, 그게 맞는 지 틀린 지 이런 건 잘 모르겠다. 그냥 교수님의 말처럼 누구 글이 맞고 틀리고는 없으니깐, 자신있게 내가 생각했던 바를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밀로시의 성장 소설이고 크게 보았을 땐 증조부부터 내려오는 밀로시 가문의 소설이다. 이렇게 말하면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의 관점이 아닌, 역사적 사실과는 동떨어지게 보는 것은 아닐까 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밀로시, 그리고 밀로시의 가문 사람들은 평범한 체코 사람들을 대변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밀로시의 증조부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오스트리아의 전쟁에 참여해서 연금을 받는 사람이다. 그 연금을 받으며 매주 럼주 한 병과 담배 두 갑을 사서 살아가는 무료한 인생의 주인공이다. 오스트리아 치하의 체코에서 오스트리아에 복종하여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체코 사람들의 전형인 것이다. 밀로시는 혼란스러웠던 1차대전 후의 시대, 그리고 나치 치하의 체코에서 반항도 하지 못하고 무료하게 살아가는 체코 시민의 모습이다. 극중에서 남자답지 못하다고 하는 것, 어찌 보면 굉장히 야한 부분일 수도 있는 거지만, 이것은 자의식을 가지지 못한 체코인이 체코인 답지 못하다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관점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장부인을 통해, 그리고 빅토리아를 통해 이야기를 한 뒤 밀로시는 남자다워진다고 한다. 자의식이 발현된 것이고 마침내 독일군을 쏜다는 점에서 체코인의 강한 민족적 자의식이 깨어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드레스덴에서 온 독일 난민들을 보고 안타깝게 느끼고 있는 것, 그리고 밀로시가 쏜 독일군을 보고 그도 그냥 평범한 사람인 것을 깨닫는다는 것은 이렇게 자의식을 깨닫고 투쟁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그렇게 투쟁하는 사람들도 평범한 시민이고, 독일 사람들도 그저 순박하고 평범한 시민일 뿐이란 걸 말해준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상위계층의 싸움 속에 평범한 시민들이 희생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사를 보는 관점 중 하나라는 영웅 중심의 역사. 그런 주류의 역사 속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는 그런 관점 속에서 묻혀지는 사람들이 희생당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 소설은 굉장히 보통 사람들을 아끼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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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과제 레포트로 낸 글인데
책을 읽고 느낀 독후감이라 블로그에도 올려요~

http://granado2.tistory.com2011-04-16T13:38:40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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