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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곳인가? 캄보디아 왕궁,백화점 [2010.01.20 In Phnom Penh]

그의 해외발자취/[2010] 17차국청단

by 그라나도 2010. 2. 1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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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에서 나와 이동하는 중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점심식사를 한 곳은 어떤 가게가 아니라 돈보스코 기술학교에서 주는 밥을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다가 먹게 된 것인데 먹게 된 장소는 프놈펜에서 왕궁이 있는 곳 건너편의 메콩강가였다.

비가 오는 날이라 스산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건너편에는 왕궁이 보였다. 15차 때 갔다 온 동생 말론 그 때는 왕궁에 들어가 보았다고 하더라.
왕궁 내부에는 호화스럽기 이를 데 없다고 한다. 국제공항에도 없는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음은 물론.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친구들에게 줄 선물로 사 온 엽서를 돌리는 데, 개중 왕궁 내부의 시설을 찍은 사진엽서들도 많았다. 그것들을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면서 보더라도,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꼽히는 캄보디아지만,
왕궁만큼은 영국 왕궁에 떨어지지 않을만크 호화스럽다는 것을 보기도 했다.

캄보디아는 왕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은 나라이다. 역사적으로 현 캄보디아의 왕가 자체가 프랑스 제국주의 세력을 도왔던 세력이기도 하고, 또 노로돔 시아누크에 의해서 많은 탄압을 받았왔던 면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나라에 만약 내가 왕이라면, 그런 호화스러운 생활보다는 스페인 왕가의 사람들이 아파트 생활을 하는 그런 모습처럼, 솔선수범에 서민적인 생활을 하여 국민의 존경을 받는 왕가가 되는 게 옳지 않을까?
1인당 GDP가 600달러 밖에 되지 않는 나라에서 세금받아서 큰 건물 지어놓고 에어컨 틀고 있는 게 과연 옳을까? 정말 다행인 것은 캄보디아가 전제군주국이 아니고 입헌군주국이라는 것이다. 만약 전제군주국이라면 현재의 연 10%대의 고도성장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TuolSleng에서 나와서는 캄보디아 시내의 백화점에 갔다. 애초 목표는 재래시장에 들러서 현지 문화를 체험하는 데 있었으나 당일 건기에 맞지 않게 많은 비가 왔었고, 또 아이들이 바탐방에서의 끝없는 작업들로 인해 몸이 피곤해져 있었으며, 킬링필드, TuolSleng을 다녀오다 보니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침울해져 있었기에 조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활기차 질 수 있는 곳을 가는 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래시장이 침울하단 의미는 아니다.)

그리 큰 규모의 백화점은 아니었다. 물론 캄보디아 현지상황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말하면 안되겠지만.
대강 6층 정도로 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6층부터 쭉 내려오자는 생각으로 올라갔었다. 맨 윗 층에는 우리나라 80년대를 다룬 영화에서 우리 세대가 보았을 법한 롤러장이 있었다.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한 가지 웃음이 나왔던 것은 그 롤러장에 After School과 손담비의 AMOLED가 흘러나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5층에는 음반 매장이 있었다. 바탐방의 아이들에게서 본 바도 있고, 또 6층에서 들은 것도 있기 때문에 음반매장에 가 보게 되었다. 역시 K-POP은 동남아의 대세가 맞기는 한가 보다. 정품CD가 있기도 하지만, 해적판 음반도 굉장히 많다. 사실 정품은 극히 드물고 대개는 다 해적판이다. 백화점에도 해적판이 있다는 것은 뭐 말 다했다. 한가지 웃겼던 것은 해적판CD가 제대로 안 적혀 있다는 것.
위의 사진에서 처럼, Ring Ding Dong이 2PM 노래라고 한다 ㅋㅋㅋ

그 아래층에는 의류, 잡화 매장이 있었다.
캄보디아라고, 무조건 한국보다 물가가 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저개발국가라고 해도, 브랜드 있는 물건들은 다 비싸다.

맨 아래층의 수퍼마켓 앞에는 패스트푸드점이 있었다. 우리가 기대했던 맥X날드나 버X킹 같은 건 아니지만, 현지식만 먹다가 햄버거 같은 것을 보니 눈이 뒤집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3달러 50센트라는 거금을 내고 햄버거 세트를 사먹게 되었다.

생활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용어 중에 카페라떼 지수라는 말과 더불어 빅맥 지수라는 말이 있다.
맥도날드가 들어가 있는 나라들에서,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의 가격을 비교해 각 국의 물가 현황을 비교하는 지수인데(물론 실제 물가와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 나라의 대략적 물가규모가 파악된다고 할까?) 만약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1인당 GDP가 2만달러에 이르는 우리나라와 600달러대인 캄보디아와 비교하면, 아무리 못해도 기본적으로 1달러 이하로 내려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빅맥세트 가격이 4000원쯤 되니깐.(확실히는 모르겠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각 국가의 국민들의 경제현황은 전혀 고려되지도 않은 채, 가격은 동일하다시피 한 것이다.

이런 패스트푸드점은 누구를 위해서 있는 것일까? 몇몇의 상류층 자제들이 심심풀이로 간식 먹는 그런 집에 불과한 것일까?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내가 돌아다녔던 이 백화점 전체를 생각하면, 이 백화점의 존재 자체가 의심스럽다. 도대체 한 벌에 몇십 달러하는 옷을 이 동네 사람들이 어떻게 사 입을 것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 곳에 돌아다니고 있는 이 사람들은 누군가. 결국 이나라의 상류층들.

하루에, 1달러도 벌지 못하는 사람이 널린 곳이 캄보디아다. 그런데 상류층들은 이런 곳에서 심심풀이로 몇달러짜리 햄버거를 사먹고, 수십달러짜리 옷을 입는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그들을 돕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돈을 펑펑 쓰는 게 옳은 일일까? 훈 센 총리가 캄보디아 총리가 된 뒤, 캄보디아가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의식을 개혁할 필요도 분명하다.

우리도 이 비난에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가 캄보디아 상류층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으니깐.
우리나라는 현재 현실 자체가 이미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와 있다. 그런 만큼, 돈을 안 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겠지. 그래서 내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돈을 쓰기는 쓰되, 항상 그런 사람들을 떠올리며 되도록 불평하지 말고, 싫증났다고 바꾸고 이렇게 무분별한 소비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산으로 갔다.

(캄보디아의 화폐)

백화점에 있으면서 또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캄보디아에서는 현지 화폐인 리엘(Riel)이 없어도 모든 게 달러로 통용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달러 이하 단위의  2006년에 중부 유럽을 갔을 때, 체코에서 갔을 때 느낀 일이 있었다. 체코는 체코 자기네 화폐를 쓰고 있지만, 관광지마다 환전소가 있고, 거기서는 은행보다 훨씬 높은 환율로 유로와 바꾸어주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난 어렴풋이 그 나라가 안정되면 안정될수록, 국제사회의 영향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화폐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EU라는 곳에서 나온 Euro화가 체코 화폐보다는 확실했던 것이니깐. 그런 관점에서 역시 이 캄보디아에서의 경제활동도 판단될 수 있었다.

아니, 여기는 체코 같은 나라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상황이 더욱 열약했다. 체코는 그나마 높은 환율을 받는 것이었지, 캄보디아는 자기나라 화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달러를 통용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적으로 1달러가 4300리엘로 백화점에서는 판단한다.) 이것은 그만큼이나 캄보디아가 안정되어 있지 않으며, 국제 사회의 영향력이 극도로 미미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쓸 데 없이 신문을 읽으며 문맥 속에서 국제 사회에서의 각 나라의 영향력을 판단할 필요 없다. 화폐의 통용 상태를 보면 된다. (역시 경제학은 위대하다.) 

덧붙이자면, 캄보디아의 이런 상황을 보면, 달러의 기축 통화로써의 가치가 약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건 유로가 아니고 달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은 누가 뭐래도 미국이 맞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십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난 중국이 미국 수준이 될려면 적어도 100년이상은 걸린다고 보고 있다. 왜? 단순히 경제 규모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쉽게 뛰어넘을 지 모르겠지만, 모든 대중문화,학문,과학,정치,군사 등등의 분야에 걸쳐서 전방위적으로 발달되어 있는 '제국으로서의' 미국의 모든 부분을 다 따라잡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국가가 발전하는 건 단순히 경제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다각도로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중국은 경제는 따라 붙을 지 몰라도, 미국과는 너무나도 큰 괴리가 있음은 여지 없는 사실이다. 차라리 여전히 제 2의 강국은 일본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일본과 미국 사이에도 큰 갭이 있지만.)

여기서 우리나라 역시 큰 갭이 있고 이 갭을 줄여야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이 글은 내 논설문이 아니라 캄보디아 백화점에서 느낀 바를 쓰는 글이므로 배가 산으로 가는 이야기는 여기서 접도록 하겠다.


바탐방에서 피곤해진 육체, 그리고 충격받은 정신들을 보충할 수는 있었지만, 결코 뒷맛이 깨끗하지 않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지 알 수 없는, 그런 백화점이었다. 그리고 그런 왕궁이었다.

[다음 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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