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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바탐방을 떠나며.. [2010.01.18-01.19]

그의 해외발자취/[2010] 17차국청단

by 그라나도 2010. 2. 9.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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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갔다가 아픈 것이 바탐방에 돌아와 한숨 자고 나면 나아질 줄 알았으나,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
온 몸이 울긋불긋해진 게 보기 아주 흉측한 정도였던 것.
솔직히 다음 날 낫기를 간절히 바랐다. 왜냐하면 바로 다음 날이 살라발랏에서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고 헤어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낫지 않았던 것이고 결국 나는 인두옹첸에 남아 여러가지 일을 하는 팀에 남게 된 것이다. 헤어짐의 날. 나는 함께 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남았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 나 외에 남은 아이들 중에는 일전에 도둑이 들었을 때 가방이 모두 도난당한 아이도 있었다. 그래서 그 아이는 시내에 나가 옷을 사 와서 입을 수 밖에 없었는데, 오늘 역시 나갔다 와야 됐던 것이다. 그래도 남은 사람들 중에선 내가 제일 연장자(?)였기에, 그 아이와 다른 아이는 나에게 말을 하고 시내에 나갔었다. 난 쉬면서 창문으로 인두옹첸 뒷편을 보고 있는데, 왠 아이 넷이 여자방 창문에 붙어서 창문을 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그 아이들을 쫒아내긴 했는데, 그 아이들이 일전의 가방 도난의 범인인 듯하다.

일전에 남았던 아이들도 그 아이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았고, 그 애들이 여자방인 것을 알고 노린다는 것까지 이야기를 하였다. 현지 경찰이나 학교 관계자들 역시 추정컨대 그 아이들이 그런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하고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신부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었다. 저 아이들이 나쁜 아이들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고. 먹고 살기 힘드니깐, 나쁜 어른들 밑에서 저런 일을 하게 된 것이라고. 그들이 힘들게 살게 되는 것이 우리가 어느정도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결국은 어느정도는 우리의 책임이라고. 그들을 절대 미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맞다. 그 아이들이 결코 악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배가 고파서, 먹고 살기 위해 그러는 것일테다.
정말 나쁜 건 그런 아이들을 이용하는 어른들인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뭐든지 할 아이들을 이용해서 도둑질을 시키고, 발각되면 결국 그아이들이 모두 뒤집어쓰게 되는, 결국 그 악한 어른들 때문인 것이다.

이런 가엾은 아이들이 없어서 이런 일이 없기 위해서라도 캄보디아가 희망의 나라가 되어 모든 국민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이 나라는 너무나도 고통을 받았다.

마지막 작업인 이 날에는, 모든 조가 작업이 거의 끝났었기 때문에, 화단의 꽃을 가꾸는 일과 같은 마무리 작업을 했다고 한다. 위의 사진은 그런 작업의 일환으로, 심은 꽃으로 돈보스코 150주년이라는 것을 나타낸 것.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오전 작업만 하고 마치게 되었다 한다.

그리고 마침내 헤어짐의 시간이 왔다.
바탐방을 떠나는 것은 19일이지만 살라발랏에서의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은 18일 당일이었다.
요컨대, 바탐방을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살라발랏에서 만난 아이들과는 마지막 날이었다는 것이다.

 서로 알고 지낸 기간은 오랜 기간이 아니었다. 고작해야 열흘? 하지만 그 동안 우리는 서로 서로나라의 물건들을 선물해주고, 그 아이들은 우리에게 그림을 그려, 또 들에 핀 꽃을 꺾어 선물을 해 주기도 하였다.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손을 잡고 돌아다니기도 하며, 때로는 드래곤볼과 같은 게임을 같이하고 어울리면서, 비록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심지어 영어로도 말을 못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서, 서로의 피부색에 대해 전혀 편견을 가지지 않고 깊게 교감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실 솔직히 말해, 내가 거기서 특별히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은 프놈펜 기술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프놈펜에서도 다시 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기에(또 실제로 그랬다.), 실제로 갔더라도, 비록 함께 놀기도 했었지만, 아쉬움은 느끼더라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국청단 친구들은 너무나도 깊게 그들과 교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것은 단지 국청단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열흘간 함께한 현지의 아이들도 같은 마음이어서, 한국사람이고 캄보디아사람이고 할 것 없이 모두 다 울었다 한다. 



 살라발랏에서 이별을 하고 인두옹첸으로 돌아온 국청단원들은 모두들 시무룩했지만, 다음 날 떠나기 위해 우리는 여러가지 할 일이 있었다. 우리가 숙소로 썼던 인두옹첸의 교사는 앞으로 교사로 쓰일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깨끗하게 청소하고 가야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쓰던 방을 다 쓸어내고 쓰레기를 모두 모아서 소각했다. 

 쓰레기를 소각하는 것은 내가 담당했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의 개념으로, 당연히 종이종류만 태우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데 신부님이 오셔서 비닐까지 태우시는 것이다. 내가 이래도 되냐고 여쭈어 보니깐, 신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안타깝지만, 캄보디아란 나라가 이런 곳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모든 쓰레기를 한국으로 들고 가서 버리는 거야. 하지만 우린 이 많은 쓰레기를 들고 다닐 수 없지. 그런데 우리가 이 쓰레기를 여기서 분리수거한다고 해서 이 나라 사람들이 분리해서 폐기할까? 그렇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걸 태우는 것이 그나마 가장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인거야."

 참으로 안타까웠다. 교육의 부재가, 무지함이 생계에, 나아가 전 세계에 피해를 주는 것이다.
교육이 부재하기 때문에 왜 그래야 하는지, 분리수거를 해야되는 지를 모를 것이다. 교육을 하더라도 제공하는 입장에서 그것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게 캄보디아의 현실이고. 그러다보니 그런 쓰레기들은 모두 매립되고 토양을 더럽히고, 여러가지 환경 문제를 유발한다. 농업 국가인 캄보디아의 현실에는 중장기적으로 큰 피해가 될 것이고, 나아가 캄보디아에서 유발된 환경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나비효과처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닌다. 오염물질이 메콩강을 타고 배출된다고 상상해 보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가장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럴 수 밖에 없는 캄보디아의 현실이 안타까웠고, 캄보디아의 위정자들은 이런 것을 생각을 해서라도 국민의 교육에 힘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살레시오회의 캄보디아 내 학교 운영이 너무나도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모든 정리를 하고 그 후 미사를 드렸는데, 그 때 즈음 포이펫에서 합류한 의료진 분들이 약을 주셨다. 환부에 바르는 약과 복용하는 스테로이드가 그것. 나는 스테로이드하면 운동선수들이 근육강화하기 위해 먹는 걸로만 생각했는데 피부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나. 이 날 자기전에도 먹고 다음날도 꾸준히 복용하니 다행히도 모든 두드러기 증상은 사라졌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헤어진 그 날 낫지 못해 가지 못한 것은 한이 될 것 같다.



19일. 마침내 우리가 바탐방을 떠나는 날.
아침에는 모든 짐을 싸 놓고, 놔 두고 가는 옷들을 가지런히 한 곳에 모아두었다. 사전모임 때 작업하러 가는 거니 좋은 옷 들고 가지 말고 현지서 그냥 현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옷을 들고 오라고 말씀하셨기에, 정말 그랬던 것이다. 비록 우리에게는 필요없는 물건이지만, 여기 사람들은 이런 티셔츠 하나 사기도 버겁다. 그런 만큼, 굳이 한국에서 멀쩡한 것을 버리는 것 보다는, 그 곳에 가지런히 놔두고 오는 게 옳다고 여긴 것이다.

마침내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올라서 떠날 때는 인두옹첸의 학생들이 나와서 박수치며 배웅해 주었다.
사실 국청단원들이 인두옹첸의 학생들과는 잘 알지 못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살라발랏에서 보내고, 돌아오면 이미 그들은 하교하고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짐을 지키러 남았던 사람들이나 몇 알까나? 그런데 그들이 나와서 배웅해주는 것을 보면서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별로 생각도 없는데 선생님이 나와서 해라니깐 하는 뭐 그런 상황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열흘 동안의 공사, 그리고 사람들과의 만남.
국제청소년지원단 교류활동 중 가장 힘들었다고 할 수 있는 일정이지만, 가장 뜻깊고 행복했던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정은 부제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1월 10일로 돌아가라고 하면은 기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하시는 것처럼. 
 


(살라발랏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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