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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탐방, 그리고 현지에서의 생활. [2010.01.10 - 01.19 In Battambang]

그의 해외발자취/[2010] 17차국청단

by 그라나도 2010. 2. 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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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 여에 걸쳐 씨엠립에서 바탐방으로 이동하였다.
바탐방에 도착했을 때 현지 시간은 10일 새벽 4시 경.
바탐방은 캄보디아 바탐방 州의 주도이다. 주도라고 하면 마치 아주 큰 도시일 법도 하지만,
실제론 인구 15만 정도의 소도시이다. 타이와 국경 쪽에 가까운 편인데, 타이와 캄보디아의 국경 분쟁이 심한 곳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는 1794년부터 1907년까지, 그리고 1941년부터 1946년까지 타이의 영토였다고 한다.

도착했던 시간이 너무나 늦었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고, 바로 잠들었다.
공해가 없어 별이 수백개가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10일, 한 7시쯤 되었을까, 무튼 간에 잠을 얼마 자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곳에 왔다는 일종의 설레임. 으로 인해서 피곤함도 느끼지 못하고 일어났다.

위의 사진에 나오는 곳이 우리가 약 10일가량 숙소로 쓴 곳이다.
새벽에는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일어나서 설명을 들으니 이 곳은,
'인두옹첸'이라는 학교였다. 컨테이너 같은 곳이 현재는 교사로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가 묵었던 위의 건물이 준공 중에 있었고, 앞으로 교사로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교사로 쓰일 곳이지만, 우리가 처음 갔을 때만 해도 마지막 준공 작업을 하던 차여서, 내부에는 놓인 물건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1,2차 모임 때부터, 캄보디아에 가면 말라리아 모기나, 뎅기열 모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말라리아야 가기 전부터 라리암(Lariam)이라는 말라리아 약을 복용을 했지만, 뎅기열의 경우엔 약이 없기 때문에 물리면 답이 안나온다는 것이다. (농담조로 단장님인 이명천 교수님께서는, 수사님이나 신부님께서 가서 물려 돌아가시면 '순교'지만, 우리는 '개죽음'이라는 말도 하셨다. ㅎㅎ) 그렇기 때문에 개인별로 모두 모기장 텐트를 준비해 와 그걸 펼치고 잤다.

사전 모임 때 텐트 외에도 침낭을 들고 오란 이야기를 했었다. 연중 기온이 높은 지역인데, 침낭이 필요하겠어? 우리도 여름에는 이불 안 덮고 자잖아.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가져 오라니깐, 여름 침낭을 사 오긴 했는데, 하마터면 식겁할 뻔 했다.

캄보디아와 같은 열대에는 우리처럼 4계절이 아니라, 2개의 계절이 있다.
그것은 바로 건기(Dry Season)과 우기(Wet Season)이 그것.
우리가 갔던 1월은 동남아는 바로 건기인 때로, 일중 최고기온은 30도를 훌쩍 넘기는 하나,
건조하기 때문에 밤만 되면 기온이 10도 이상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런 낮은 기온에서 아무것도 덮지 않고 잔다는 것은 어불성설. 심지어 침낭으로도 부족해, 현지에서 제공해 준 이불을 한 겹 더 덮고 자기에 이르렀다.

생활여건은 상당히 열약한 편이었다.
가장 큰 문제가 수도문제였다. 물을 사용할려면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끌어올린다고 많은 양이 나오는 것도 아닐 뿐더러, 펌프가 고장이 나기도 했다.

펌프로는 많은 물이 안나오기 때문에 국청단원이 모두들 씻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하게 된 물이 물탱크가 와서 정기적으로 채워놓는 물이 되었다.
하지만 이 물은 펌프질해서 쓸 수 있는 물에 비해 극히 정상적이지 않은 물이었다. 흙탕물이라서 물이 뿌옇다. 얼마나 많은 흙이 섞여있는 지 물을 오래 가만히 놔두어도 가라앉지가 않았다.
모두들 샤워를 할 때 주로 쓰는 물이었는데, 큰 통에서 물을 퍼서 쓸 때 바닥까지 물이 없어지면, 아예 흙이 함께 몸에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물조차도 풍족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쓰다가 물이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때문에 개인 빨래가 있다면, 모두들 다 씻고 난 뒤에나 빨래를 할 수 있었다.

밥 역시 입에 맞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해외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한국 음식을 먹지 않고 그나라 현지식에 최대한 적응할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런 생각으로 바탐방에서 만난 캄보디아 현지 음식 역시 그렇게 먹었다.
향신료 맛이 강하기는 하지만, 시큼해 보일 것 같은 야채수프가 시큼한 맛은 안나는 것이, 그럭저럭 먹을 만 했다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캄보디아 음식은 입에 대고 싶지 않았다. 어려운 나라라 음식을 남긴다는 것은 생각도 안하기에, 먹고 싶지 않은 것을 끝까지 먹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하물며 처음부터 거부반응을 일으킨 다른 국청단원은 어쨌으랴. 그럴 때, 한국에서 들고 온 참치캔, 고추장, 김, 김치 등의 밑반찬을 먹으며 근근히 버티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가져 온 라면을 끓여먹기도 했다. 사실 처음에는 라면 끓여먹는다는 말에 환호했었다. 하지만, 라면을 끓인다고 끓이는 게 현지의 레인지는 우리나라와 같은 가스레인지 타입이 아니라 연탄불이어서 익는데 굉장히 시간이 오래걸렸다. 하물며 한꺼번에 4-50인분을 끓이는 데 어떻겠는가. 라면을 먹을 때마다 여기저기서 설사한다, 체했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때마다 라면은 별로 먹고 싶지 않아지기도 했다고나 할까.



첫 날 밤, 기도모임을 할 때(하루 일과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언급하도록 하겠다.) 모두가 한 방에 모여있는 틈을 타 여자들의 숙소에 도둑이 들어 가방 두 개를 훔쳐가는 일이 발생했다. 공사는 '살라발랏'이라는 학교에서 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인두옹첸을 비워야 하기에 도난의 위험이 더 크다는 문제도 있고, 항상 병자가 발생하기도 해서 각 방에 한 명 정도의 인원이 인두옹첸에 남아 방을 지켰었다.

나도 인두옹첸에 남았던 적이 있다.
이 곳에 남는 사람의 업무는 방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소각하고, 돌아오면 사용할 물을 확보해 놓고 방을 지키는 게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할 일을 마친 뒤에는 인두옹첸 근처를 서성이게 되는데, 공사를 했던 살라발랏도 학교지만, 이 곳 인두옹첸 역시 학교이다. 요컨대, 현지 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는 말인 것이다.


아침 식사 하기 전, 국청단원들이 모두 살라발랏으로 떠나 버리면 학교에 등교한 학생들이 일렬로 서서 캄보디아 국기 게양식을 한다. 그리고 모두들 각자의 교실에서 공부를 한다.



인두옹첸에서 현재 교실로 쓰이고 있는 곳은 총 3곳인데, 모든 곳이 이런 식으로, 일종의 컨테이너 비슷하게 구성이 되어 있다.

모든 교실에는 맨 앞에 이런 사진이 붙어있는데,
가장 왼쪽에 있는 사람은 현재 캄보디아의 국왕인, 2004년에 즉위한 노로돔 시아모니의 사진이고,
그 옆에는 캄보디아 정치판의 주인공이었던, 전(前) 국왕 노로돔 시아누크이며, 맨 오른쪽은 잘 모르겠다.

캄보디아는 왕국이다 보니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면 이런 국왕 사진을 많이 붙여 놓는 편이다.
국기 게양식을 할 때 모든 학생이 일렬로 서서 한다던지 이런 것을 보면은, 국왕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많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느낀 거지만, 학교 수업시간에 한국 학생들만 자는 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 학생이든 수업시간에 조는 건 똑같다. 심지어 조는 자세까지 비슷하다.
땡땡이도 친다. 돈보스코 성인의 이름이 붙은 학굔데, 돈보스코 성인님이 보시면 통곡을 하시지 않겠나.

우리나라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폰게임을 하거나, 축구를 하고 농구를 하지만, 이 인두옹첸은 매우 작은 학교기 때문에 그게 불가능하다. 사진에서와 같이 옆에 놀이터에서 논다거나, 고무줄 넘기를 한다거나, 그러면서 논다.

인두옹첸에서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은,
한류가 위대하다는 것을 깨달았단 것이다. ㅋㅋ
내가 남았을 때 물을 채워놓을려고 한참 일하고 있는데,
왠 현지 남학생이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안무를 추면서 쏘리쏘리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게 아닌가 ㅋㅋ

나만 그런 경험을 한 게 아니라, 다른 친구들에게는 찾아와서
"에 에에 에에에 에에 투애니원" 하면서 Fire를 부르기도 하고, "베이베~"하면서 샤이니의 링딩동을 부르기도 했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권에서는 한류가 대유행하고, 언젠가 캄보디아서 파란의 콘서트 중계가 시청률 90%를 기록했다는 기사도 보았는데, 이런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닌 듯 싶었다.

[다음 글에 -다음글부터는 공사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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