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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3-2010.02.24] 한라에서 대장정의 종지부를 찍다. 한라산 국립공원

그의 한국발자취/[2009] 國立公園

by 그라나도 2010. 2. 2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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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부터 시작된 15곳의 산악형 국립공원을 등정하는 프로젝트의 마지막 방문지인 제주도 한라산 국립공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원래 계획은 24일에 배를 타고 가서 25일에 한라산을 등정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25일 오늘은 비가 매우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보아서 하루 일정을 땡겨서 가게 되었다. (실제로 비가 많이 왔다. 등정을 시작한 성판악에 220mm나 왔다고 하니...)

23일 오후에 일찍 학교 자습을 조퇴하고 나와 집에서 짐을 챙긴 뒤 곧바로 배를 타러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로 갔다.
제주도를 가는 데 사실 비행기를 타고 가도 되지만, 비행기가 아침 일찍 도착하는 것은 없기 때문에 배를 타고 가게 된 것이다.

 -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 가는 법-
 ▷ 부산지하철 1호선 '중앙동' 역에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연안부두삼거리로 나온 뒤 오른쪽으로.

여객터미널에 도착해 표를 끊었다.
배 안에는 250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곳도 있고 가족룸도 있고 한데, 내가 산 표는 2등실B.
나중에 사진보면서 이야기하겠지만, 10인실이다.
이 2등실은 배 삯이 54,000원이나 하는데, 사실 값을 생각하면은 비행기표와 거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더 비싸기도. 그렇기 때문에 빨리빨리 갔다와야 하거나 흔들흔들하는게 싫으면 비행기를 타는 것도 좋다.
물론 250인실 같은 데는 싸긴 싸지만. 많이는 아니지만 말이다.

제주 갈 때 타고간 배인 코지 아일랜드(Cozi Island)호이다.
부산에서 제주로 가는 배는 과거 금강산 여행에 사용되었던 배인 현대 설봉호와 코지 아일랜드호 두 개가 있다.
설봉호는 월,수,금요일에 운행하고, 코지 아일랜드호는 화,목,토요일에 운영을 한다.
코지 아일랜드호는 화물선+여객선인 것도 있고 아무래도 설봉호가 시설이 좋다 보니 설봉호 타고 갈려고 24일 밤에 갈려고 했던 건데, 일기예보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코지 아일랜드호를 타게 된 것이다.

- 코지 아일랜드(Cozi Island)호 소개 -
▷ 선종 : Roro Car-Ferry
▷ 톤수 : 4066t
▷ 전장 : 104.5m
▷ 선폭 : 21.0m
▷ 정원 : 559m
▷ 속도 : 17.2knot

배 안의 복도이다.

2등실B 203호이다.


2등실B는 10인실이다. TV가 있고, 화장실도 있으며 5개의 2층침대가 있다.
안타깝게도 지정된 자리가 화장실 바로 앞 문 옆자리가 되서 문 열고 닫을 때라던지, 또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소리, 냄새 때문에 약간 안 좋다.
표 끊을 때 항상 안에 자리 좀 넣어달라고 하자.

배가 7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저녁을 먹지 않고 배에 탔다.
곧바로 배 안에서 식사하기 위해 식당으로 나왔다.

김치찌개랑 카레라이스.
배 안 식당이라고 뱃사람들 밥먹듯이 줬는지는 공기밥 높이가 엄청나다.
근데 맛은 별로 없다. 카레라이스가 향은 카레향이 나는데 맛은 닝닝하달까?

중학교 3학년 때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갔는데, 그 때 설봉호를 타고 갔었다.
설봉호 시설과 비교를 할 때, 아무래도 여러가지 부분에서 딸린다. 어쩔 수 없다. 화물선+여객선이니깐.
오락실 규모도 작고, 여러가지 유흥시설도 없다. 쩝.

밥을 먹고, 야경을 볼려고 배 밖에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야경을 보기 위해 배 밖에 나와 있었다.

형이 가르쳐 준 야경 찍는 법으로 찍어 봤다. 다르다 ㅋㅋㅋ

야경을 구경하다가 방으로 들어가서 국제청소년지원단 갔을 때 박물관에서 산 진랍풍토기 영역본을 다 읽고
오후 10시정도 되어서 잠들었다.

24일 오전 5시 반 정도에 일어났다. 배가 6시 정도에 도착하기 때문에 곧장 내려서 가기 위해 말이다.

짐을 내리는 코지 아일랜드호.

제주항연안여객터미널 안.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나와서 택시를 타고 일단은 아침을 먹으러 갔다.
아침 식사를 한 곳은 택시기사 아저씨가 추천해 준 집.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0000m 경기를 보면서 해장국을 먹었다.
(여담으로, 제갈성렬 해설위원 덕분에 콘 그거에서 발 일찍 안들어서 실격인 줄 알았다. ㅋㅋ) 

아침을 먹고 다시 그 택시를 타고 곧장 등정을 시작하는 성판악으로 갔다.

등정로이다. (이 지도는 한라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가져 왔으며, 저작권은 국립공원 관리공단에게 있다. 등정로 표시를 위해 가져왔으며, 문제가 될 시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성판악에서 등정을 시작해 진달래밭대피소까지 간 뒤, 거기서 백록담이 있는 정상(해발 1950m)까지 올랐다. 정상에서는 관음사 방향으로 내려왔다.
참고로, 성판악 휴게소에서 정상까지는 9.6km, 정상에서 관음사 매표소까지는 8.7km이다. 총 18.3km나 걸은 것.

성판악 안내소이다. 한라산 국립공원의 경우 국립공원일 뿐 아니라 UNESCO가 지정한 '세계 자연 유산'이기 때문에 안내소에는 UNESCO마크도 붙어있다.

성판악에서 시작하는 코스. 기온이 7도에서 17도를 왔다갔다한다는 이상고온인 만큼, 성판악 있는 데는 눈이 다 녹아 있다.
날도 매우 따뜻해서 레깅스도 입지 않고, 폴라폴리스 조끼도 입지 않은 가을-겨울 넘어갈 때의 옷차림으로 산을 올랐다.

하지만 산은 산이다. 조금씩 조금씩 오르다 보니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당장은 아이젠을 신지 않았지만, 눈이 갈수록 많아져 결국은 아이젠을 신고 가게 되었다.
무튼, 삼나무숲길은 멋있다.

한라산 국립공원은 다른 국립공원들과는 달리 등정인증서와 등정인증기념메달을 수수료를 받고 발급한다고 한다.
아마 UNESCO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기 때문에 또 그런가 보다. 물론, 발급 받았다. ㅋㅋ

한라산에는 이렇게 해발 100m씩 올라갈 때마다 표지석이 있다.

높이가 1400m를 넘어가다 보니깐, 어렴풋이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약간 안개가 덮여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올라가면 깨끗하게 보일 줄 알았다.

해발 1500m에 있는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했다.
7여km에 다다르는 길을 걸어 진달래밭대피소에 쉬면서 정상을 오르기 위한 정비를 했다.

오르는 길에 보이는 바다쪽. 물론 구름만 보인다.

해발 1700m를 넘어가다 보니깐 안개가 낀 지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해발 1800m를 넘어가니깐 더욱 더 심해진다.
정상에 올라서 백록담보고 주변 경관을 둘러볼려고 했는데,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더 백록담은 볼 수 있겠지.. 하고 했다.

안개가 얼마나 심했냐 하면은, 사실 안개라 하기도 뭣하다.
눈보라는 아니고, 진눈깨비 보라인데, 그 진눈깨비가 옷에 붙으니깐 물이 되어 쭉쭉 떨어졌다.
안경에도 습기가 찼으며 카메라 렌즈에도 습기가 찬다. 심지어 렌즈를 여니깐 수 초 만에 습기가 꼈다.
사진 찍으려고 정말 고생 많이 했다.

한라산 정상 도착.
사실 한라산 정상은 해발 1950m이지만, 현재 그쪽지역은 자연휴식년제 제도로 인해 폐쇠되어 있기 때문에 1933m인 이 곳까지만 오를 수 있었다.

그래도 백록담은 보이겠지. 했는 데 상태가 더욱 심각했다.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도 백록담은 보지... 했는데.
백록담을 보지 못한 게 너무나도 아쉽다.

결국은  주변 경관은 찍지 못하고 정상 표지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근데 이거 찍을 때 무지 열받을 뻔 했다.
사진 비율을 보면은 기존의 3:4 비율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실 원래 비율은 3:4로 찍은 게 맞는데, 잘라냈기 때문이다. 왜 잘라냈냐 하면은 옆에 어떤 아저씨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정상이다 보니 여기서 사진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금방찍고 금방나와야 된다.
한참을 기다리다 내 차례가 되었는데, 이전에 찍었던 사람이 옆에 서서 안 비키기고 있는 게 아닌가?
아버지가 사진 좀 찍게 비켜달라고 하고, 나도 비켜달라고 하는데, 비키지 않고 끝까지 서 있더라. -_-;;
나중에 어머니랑 아버지 사진 찍을 때는 사진 찍고 있는 데 그 앞을 버젓이 지나가더라. 심지어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까지 다 욕했다.
어떻게 산에 다니는 사람이 그렇게 비매너적이고 몰상식할 수 있는 건가?
그래도 자연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이러면 안된다. 이 글을 보는 다른 사람들은 절대 그러지 말자.

원래 여기선 이렇게 보이겠지.
어짜피 볼 것도 없기 때문에 곧바로 관음사 방향으로 내려왔다.

관음사 방향은 북사면이다.
우리가 한국지리 시간에 배우듯이,
겨울에는 북서풍으로 인해 눈이 온다. 이 북서풍이 제주도에 부딪히면 북사면에 부딪히기 때문에 주로 눈을 북사면에 다 쏟는다.
관음사 방향이 북사면이니 눈이 제일 많이 와, 또 쌓여있는데, 이 사진을 보면 눈이 얼마나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스틱을 130cm까지 편 상태였는데, 그 스틱을 눈에다 꼽아도 이렇게 완전히 다 들어갈 정도로 눈이 온 것이다.
역시 제주과 다우/다설지는 맞다.

예전에 용진각 대피소가 위치했던 자리라고 한다.
그렇지만 2007년에 온 태풍 나리로 인해 무너졌다고 한다. 

내려오다 보면 이렇게 구름다리가 있다.

색을 입혀놓지 않아서 그렇지 월출산 구름다리와 비슷하다.
좀 이름을 붙여서 명물화 시켜도 괜찮을 듯 한데, 왜 안그러는지는 모르겠다.

제주여인상이 이 구름다리 시작점에 있다.

그래도 내려오다보니깐 따뜻해져서 계곡물도 흘러내린다.

이렇게 계곡물 마시라고 받침대도 만들어놨다.

삼각봉. 가파르게 솟아있다고 삼각봉인가 보다.

삼각봉 대피소.
용진각 대피소가 무너진 다음에 다른 대피소가 필요해서 지었는지, 안에는 아무런 시설이 없다.
물론 완공된 것도 2009년 5월이라고 한다.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눈이 녹아있었다.
근데 이게 진짜 '녹아' 있다 보니깐, 질퍽질퍽해서 아이젠해도 많이 미끄러질 뿐 아니라,
물이라서 등산화 안으로 다 스며들었다.

또 미끄러지다 보니깐 고무로 된 아이젠이 찢어져 버렸다. 아무리 이런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두 번째 쓰는 건데 이렇게 찢어져 버릴까.

마침내 다 내려왔다.

내려와서 보니깐 산이 어느정도는 보인다.

앞에서 이야기 한 등정인증서이다.
이것은 관음사 매표소에서 발급이 가능한데, 기념메달은 만드는 데 10분 걸린다고 해서 만들지는 못하고
그냥 등정인증서만 발급받았다. 이 등정인증서의 수수료는 1000원으로 여기에 이름과 날짜가 적혀진다.
기본 용지에는 인증한다는 내용과 제주도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장의 직인이 있다.

물론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이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이런 제도가 전국의 국립공원에 보급이 된다면,
국립공원을 알리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이 제도를 전국 산악형 국립공원에 도입하자고 제안하려고 한다.

관음사 매표소에서 나와서 700m를 걸어가서 제주불교의 본사인 관음사에 갔다.

관음사 입구 옆에 있는 불상.



관음사 입구에 있는 좀 특이하다. 입구의 길에 연이어 불상이 놓여있는데,
이 불상 아랫단에 사는 곳과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일종의 주문을 받아 제작하는 것인 것 같더라.
특이한 게, Richmond도 있다...ㅋㅋ


사천왕문.

사천왕문을 지나 있는 길이다.
여기도 역시 줄이어 불상이 놓여있다.

해월굴(海月窟)이다.
이 토굴은 관음사를 창건한 안봉려관 스님이 1908년부터 3년간 기도 정진을 한 토굴이라고 한다.
이 안봉려관 스님이 꿈에서 관세음보살의 계시를 받아 이 곳을 제주불교의 중흥을 위한 기본 도량으로 삼고 기도 정진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종류별로 주문받는 듯하다.

대웅전.

산신각.

산신각에서 왼쪽으로 가면 있는 기도 제단이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왼쪽이 납골당이라고 하셨는데, 아마 여기가 아니고 옆쪽의 건물이었던 듯 하다.

제일 큰 불상은 미륵불이다.

뒤쪽의 불상들은 다 같은 종류가 아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둘러보았다. 맨 왼쪽에는 약사여래불,

옆에는 미륵불이 있다. (미륵불은 머리에 모자 같은 걸 씌우고 있는 게 특징이다.)

계단 건너서는 관세음보살이 있고,

지장보살상과

아미타불상이 있다.
얼핏보면 지장보살상과 아미타불상과 구별을 잘 못하는데,
지장보살상은 삼지창을 들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제주 4.3사태 유적지이다.
제주 4.3 사태는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5.10 총선거를 반대하며 좌익단체가 시위를 벌이자 이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가 들어왔는데
이 과정에서 양민을 매우 학살했다. 그 때 이 곳이 전략상 요충지 였는지, 토벌대와 입산 무장대가 관음사 지역을 중심으로 첨예하게 대립했고 이 과정에서 관음사의 모든 건물이 전소되었다고 한다.
사진은 경계참호이다.

관음사 구경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나갔다.
이번에 탄 택시는 아침에 아침밥 먹는 데 데려다 주시고, 성판악으로 데려다 주신 그 기사분이셨다.
관음사 매표소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기사한테 얼마냐고 물어보니깐 대기비 쳐서 17000원이나 달라고 했다.
아무리 대기했다고 해도 17000원은 정말 터무니 없는 가격이었다.
아침에 정말 친절히 대해주셔서 굉장히 기억에 남았기 때문에 전화해서 오실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30분이나 걸리기 때문에 힘드시면 그냥 거기서 차타고 오는 게 더 낫을 거라고 하셨었다.
처음엔 그러려고 했으나 너무 가격이 터무니 없고 관음사도 둘러볼 거라서 그 택시기사 분께 와달라고 했다.

그 택시를 타고 공항 근처까지 갔다.
공항 근처에 목욕탕이랑 음식점 가르쳐 달라고 하고 그 쪽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미터기에는 9000원이 나왔는데, 거기까지 와주신 거까지 치면 얼마냐고 하니깐 총 만원을 받으셨다.
앞에 대기하고 17000원 달라고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양심적인 분이 아닐 수 없다.
처음부터 참 착한 분인 것은 알았지만,
정상에서 본 어느 몰상식한 사람에 비하면 정말 좋은 분을 만났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목욕을 하고나서는 저녁을 간단히 먹고
제주 공항으로 갔다.

2009년 여름부터 시작된 산악형 국립공원 15곳 등정 프로젝트를 마침내 한라에서 종지부를 찍었다.
길다면 정말 긴 시간이었던 그 동안, 나는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무엇보다도, 그 동안 잘 알지 못했던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었다는 게 가장 뜻깊었다.
이런 계획을 세우고 돌아보는 사람은 얼마 없다. 하지만, 이 글을 보신 분들은
꼭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기 위해서 모든 국립공원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한 두 곳이라도 가서 우리의 강산의 아름다움을 보고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느껴보는 게 어떨까. 그게 반년동안 내가 이 글을 써오며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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