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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4] 세조의 발자취를 따라서, 오대산 국립공원(下)

그의 한국발자취/[2009] 國立公園

by 그라나도 2010. 2. 1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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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날 저녁을 먹고 숙소로 와 잠을 푹 잔 뒤, 다음 날 9시 정도부터 다시 월정사 지구로 들어왔다.
어제 약속된 데로 당연히 추가적으로 표를 끊고 들어오지는 않았다. 애초에 처음부터 4일 영수증으로 찍었기 때문이다.
월정사 지구에 들어왔지만, 월정사 지구도 매우 길기 때문에 계속 차를 타고 등정을 하는 상원사 입구까지 갔다.
전날처럼 상원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었다.

다시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였기에, 혹여나 산 정상 가면 춥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3일보다 춥지 않았다.
딱 오르기 적당히 추웠다고나 할까. 혹여나 카메라가 방전되지 않을까 걱정은 무지했다.

(이 지도는 파란 등산 지도이며 저작권은 고산자의 후예들에게 있다. 등산로를 표기하기 위해 잠시 빌려온 것이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는 바이고 문제가 된다면 댓글 남겨주시기를 바라는 바이다.)
등정로는 다음과 같다. 검은 줄은 차를 타고 이동한 거리이고, 빨간 줄은 직접 등산을 한 거리이다.
차를 타고 상원사 입구까지 간 뒤, 상원사 입구에서 등정을 시작했다. 먼저 상원사를 지나 중대 사자암을 지나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적멸보궁에 간 뒤, 적멸보궁을 지나 오대산 최고봉인 비로봉(해발 1563m)에 도달했다. 오대산 최고봉인 비로봉에서 능선을 타고 내려와 중간에 잠시 멈추어 점심겸 간식을 먹고, 다시 출발해 상왕봉(해발 1491m)에 도착했다. 상왕봉에 도달한 뒤 하산하여 두로령 삼거리에서 상원사주차장 방향으로 내려와 다시 북대 미륵암으로 잠시 올라갔다가 상원사 주차장으로 내려와 등정을 마쳤다.

등정을 시작하려고 하는 데 상원사 주차장에 뭔 이상한 차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군용트럭.
군용트럭이 왜 와 있는가 했는데,

군인들도 산을 오르고 있었다.
한겨울에 군인들이 등산을 하러 온 것 같지는 않고 훈련하러 온 것 같았다.
적어도 모두들 총을 매고 있었으니깐.




등산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대 사자암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대 사자암은 산 내에 특별히 마련된 장소에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산의 사면을 따라 세워져 있었다.
말그대로 암자. 암자인데 뭐 오대암자니 이러다 보니깐 너무 기대를 했었나 보다.

그래도 여러개의 층이라고 하기도 힘든게, 몇 겹이 건물이 중첩되어 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라고나 할까?

크게 중요할 것도 없었고, 빨리 하산해야 부산에 가기 때문에 들어가보지 않고 다시 등정을 시작했다.

어느정도 오르다 보니 이런 안내문이 보였다.
바로 오대산 적멸보궁을 알리는 표식.

등정로와는 다른 길에, 이렇게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계단이 가지런히 닦아져 있다.

이 곳이 바로 오대산 적멸보궁.
앞에서도 누누히 이야기 해왔듯 적멸보궁이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을 의미한다.
한국에는 오대산, 태백산 정암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양산 통도사 이 5곳을 5대 적멸보궁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기는 게 석가모니 진신사리가 있는곳 = 적멸보궁인데,
왜 이 5대 적멸보궁 외 다른 곳에 진신사리가 있는 경우와 이 5대 적멸보궁은 무슨 차이라는 건가.
무슨 차이가 있길래 똑같이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데 여기는 5대 적멸보궁이고 거기는 아닌거지?
아니 또 그 절들에는 생각해보면, 적멸보궁이라는 표시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5대 적멸보궁 외에 나머지는 적멸보궁이라고 칭하지 않는 것인가?
어떤 기준이 적용된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오대산 적멸보궁은 낮은 한 단의 기단 위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규모로, 단층인 팔작지붕의 겹처마 집이다.
건물 전면 중앙에만 판문을 달고, 좌우측에는 중방을 설치하고, 협간 아래는 판벽을 하고, 그 위에 띠살창을 한 것이 특별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항이다. 원래는 조선 후기에 지어진 것으로 예상했으나, 건물 내부 구조에서 다포식 양식과 고식 단청, 배흘림기둥 등의 특징으로 보아 조선 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또 보통의 법당과 달리 겹집 구조이다.

올라갔을 때, 기도 중인 듯 하여 들어가보지는 못했는데,
기도하는 게 조금 웃음이 나왔다. 아마도 기원해달라고 방문객들이 부탁을 하고 간 듯 한데,
어디에 사는 누구누구 이렇게 이름만 부르고 마는 것이다 ㅋㅋㅋ

딱히 여기서서 볼 것도 없고, 제법 세차게 바람이 불어왔기 때문에 곧바로 내려왔다.

곧바로 내려와서는 등정로에 진입했는데, 여기서부터는 제대로 눈이 쌓인 코스라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시작했다.
소백산 등정할 때 아이젠 때문에 고생했던 경험을 살려, 아이젠 구조가 발바닥에 모이는 게 아니라 발 전체로 퍼지는 구조의 신형 아이젠을 착용했기 때문에 매우 발이 편안했다.

어떻게 가다보니 앞에서 본 군인 일행과 같은 보조로 산을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군인들의 경우엔 굉장히 격차가 많이 나 너무 벌어지면 선두가 멈추어서 전 일행을 기다리다가 후미가 도착하면 다시 출발하는 방식을 취하다 보니, 이렇게 수없이 멈추어 앉아 쉬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렴풋이 하늘이 보이지만, 정말 구름한점없는 파란하늘이다.
글 앞부분에 내가 적당히 춥다고 했는데,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것이다.
너무 추우면 오르기 힘들고, 너무 따뜻하면 수증기가 올라 날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근데 딱 그 사이의 기온이니 오르기도 적당하고 날도 좋은 것이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주변 산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비로봉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1563m)

어떻게 된 건지 비로봉 정상에는 이런 작은 새들이 몇 마리가 있었다.
뭐 정상에 동물이 사는거야 이전에 월악산에서 청설모를 본 것도 있으니, 크게 신기한 것은 아니지만,
비록 오늘이 적당히 춥다고 해도 정상은 영하 10도가량은 되는데 어떻게 이런 추운 곳에서 저런 작은 생물이 살아남는가 하는 것이다.
생명이란 것은 우리 생각보다 강하고 위대한 것이다.

비로봉 정상에 있는 표지판.

올라온 방향이다.

비로봉 비석. 구름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어느 산을 가나 정상에선 인증샷을 찍는다 ㅋㅋ

요놈의 새들은 사람이 오자 겁을 내지 않고 오히려 주위로 몰려들었다.
사람이 오면 먹을 것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새는 누가 던저 준 빵을 먹으려고 하는 데, 그 빵이 얼어 있어서 먹지는 못하고 계속 쪼은 게 참 안타까웠다.
그래서 야생동물의 야생성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당장은 먹고 살라는 의미로 빵을 조금 쪼개 던져주었다.

비로봉에서 적당히 있다가 곧바로 상왕봉 방향 능선을 타기 시작했다.
근데 뭔가 이상한 게 있다. 왜 저렇게 눈이 곱지?

눈이 너무나도 곱다. 사람이 밟은 자국 위에 다시 눈이 쌓여 덮여 버린 건데, 눈이 다시 온 건지, 또 바람이 불어 덮어버린 건지는 모르겠다.
무튼 발자국이 없기에, 우리가 적어도 오늘 최초로 비로봉-상왕봉 능선을 타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약간 즐겁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것보단 안좋은게 많았다.
발자국이 없다보니 길이 어디로 나 있는지도 몰라서 여러 번 헤매게 되었다는 것이고,
또 발이 눈 속으로 푹빠져 버려서 양말에 눈이 다들어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춥다고 두 겹 신지 않았으면 젖어서 그대로 발까지 얼었을지 누가알랴.
더군다나 사람이 다닌 길이 눈으로 덮여 있는 것에서 바람이 눈을 끌어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거기서 한 단계 더 발전해서 생각하면,
그만큼 바람이 세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사실이 또 그랬다. 바람이 너무나 세서 오히려 비로봉 정상에 서 있을 때보다 추웠다. 결국은 설악산에서 보여줬던 LAST 방어체제 (모자 두겹+입마개+장갑두겹)까지 나오게 되었으니 알 만하다.
이쯤가면서 설악산에서처럼 물이 꽁꽁 얼어버렸다.

가는 길에는 두 곳의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었는데, 개중 한 곳에서 비로봉 정상을 찍은 사진이다.

그렇게 가장 힘들었던 코스를 통과하고 상왕봉에 도착했다. (해발 1491m)
근데 상왕봉에 도착하니 이상하리만큼 바람이 불지가 않았다. 덕분에 굉장히 몸이 편한했긴 하지만, 비로봉에도 바람이 불고, 그 중간 능선은 미친듯이 불었는데 상왕봉으로 넘어오니 바람이 불지 않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된 조화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정말 자연이란 오묘하고 위대한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상왕봉에서 본 비로봉.

상왕봉 비석이다.

여기서도 역시 인증샷.
목에 걸고 있는 것은 루믹스 LX-3 가방.

비로봉에서는 주변 경관이 비교적 높은 산들이 보였다고 하면은,
상왕봉에서는 비로봉과 반대로 줄기가 연결되어 있는 낮은 봉우리들이 보였다.
사진에서도 확실히 낮은 게 느껴지지 않는가?

상왕봉에서 하산해 비로봉에서 상왕봉까지의 거리와 비슷한 거리를 걷다보니 두로령 삼거리가 나타났다.
이 곳이 두로령은 아니고, 두로령으로 가는 길과 상원사주차장쪽으로 가는 길로 갈린 것이다.
두로령 쪽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훨씬 많았지만, 부산으로 내려가는 시간을 고려해야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북대사 쪽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두로령 쪽으로 가면은 1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나 겨울에는 그 이상.


두로령 갈림길에서 주차장 방향으로 어느정도 내려오다 보면은 이런 대로를 만나게 된다.
이 대로를 따라 편하게 내려가면 상원사 주차장이 나온다.
바로 가도 되지만, 오대 중 볼 수 있는 한 다 보고 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 300m를 거슬러 올라가 북대 미륵암에 가게 되었다.

중대 사자암이 그래도 큰 느낌이었다면, 미륵암은 진짜 암자의 느낌이다.
이 한 채 말고는 건물이 없다.

이 미륵암에는 군용차가 와 있었는데, 이분들 말이, 산을 탄 군인들을 기다리는 거라고 하셨다.
무엇을 하는지도 물어볼 것을 그랬다.
한참을 기다려야 되는 이 분들에게 이것저것 간식을 드리고 북대 미륵암을 나왔다.

상원사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탄탄대로가 아닐 수 없었다. 이 길은 또 특이한게, 중간중간 녹은 부분도 있고 안 녹고 그대로 눈이 쌓여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일조량의 차이 때문이겠지. 만약 예전 아이젠이었다면 이길에서 무지 고생했을 것이지만, 다행히도 신형 아이젠은 발에 가는 힘이 모두 분산되기 때문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이 길 중간중간에는 이렇게 군인들이 있었다.
돌아다니기도 하고, 개중에는 요격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말미에 햇빛이 들지 않는 데에서는 담요를 뒤집어쓰고 덜덜 떨고 있기도 했는데,
이러고 떨고 있느니 차라리 산을 오르는 쪽이 더 재밌었을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날도 추운데 안 움직이고 가만히 있으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가는 길에 본 비로봉.

마침내 상원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상원사 주차장에는 여전히 군용 차량이 있었는데, 아침과는 또 다른 차량들이 들어와 있었다.
개중 눈길을 끈 것은 뭔 박격포 같은 것을 달고 있는 차. 전차라 해야 되나?

등정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에 리플렛을 보다가 우연히 사고사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사고가 오대산에 있었다는 것은 고등학교 국사를 배운 학생이라면 다 알 사실이지만,
이 오대산에 와서 지도를 보면서 도무지 어디에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검을 하면서 본 리플렛에서 확인을 하게 되었고, 방문하게 되었다.

사고사지는 월정사 지구의 큰 도로와는 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차를 대고 어머니는 기다리고 계시고 아버지와 걸어서 사고사지로 갔다 왔다.

이 오대산 사고에는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실의 족보인 선원보략을 보관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은 초기엔 춘추관, 충주, 전주, 상주 네 곳에 보관을 했었는데, 임진왜란으로 전주실록만 내장산으로 옮겨져 남고 그 외엔 모두 소실되어 버렸다. 1606년(선조 39년) 3부가 다시 제작되어 춘추관, 태백산, 묘향산에 보관되었고, 전주본은 강화도 마니산에, 교정본이 이 오대산 사고에 보관되었다고 한다. 그 후 이괄의 난과 병자호란 등으로 춘추관본과 마니산본이 파손되어 다시 4부가 작성되어 강화도 정족산과 태백산, 무주 적상산, 오대산에 1부씩 보관되었다고 한다. 오대산에 보관되었던 것은 일제강점기에 동경제국대학으로 옮겨졌다가 관동대지진때 소실되었다고 한다.

현재 이 오대산 사고는 92년 자료를 통해 복원한 사고라고 한다.

난 국사 교과서에 이 오대산 사고가 나와 있어 이 오대산 사고가 초기 사고인 줄 알고 있었는데.

사고를 다 구경한 뒤에 내려와 차를 타고 마침내 오대산 국립공원을 떠나게 되었다.
세조의 이야기가 많이 얽혀 있는 오대산. 문수보살의 이야기가 얽힌 오대산. 적멸보궁이 있는 오대산. 사고가 있는 오대산.
많은 이야기가 담긴 오대산에서 그 이야기가 얽힌 여러 곳을 둘러보고, 또 산의 정기도 받아간,
알찬 등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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