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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언어화 되지 못하고 흩어져 있던 경제적 감각이 문자화 되다. [경제학 콘서트]

그의 책이야기/사회

by 그라나도 2009. 10. 3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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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8점

 우리들은 으레 '경제학'을 떠올리면 우리 생활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거시적인 경제정책, 신자유주의라던지 케인즈주의라던지 하는 것과 세계 무역의 구조, 또는 기업 간의 거래 등등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에까지 미친다. 경제학이 현실과 유리된 것이 아니라면 기업인이 받아야 마땅한데 왜 경제학과 교수들이 받는 걸까, 그 만큼 경제학이라는 것은 우리 현실과는 좀 먼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경제학 콘서트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경제학은 순수한 학문적 의미라던지, 또는 그런 큰 규모의 경제를 이야기할 때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 콘서트 1권에서는 실생활 속 아주 작은 규모의 거래 속에서도 경제학적 법칙이 꽤나 복잡하고, 또 명료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렇게 실생활 속에서도 경제학이 적용된다는 것을 읽은 나는 중학교 때 내가 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나의 취미는 필기구 수집이다. 샤프펜슬, 펜, 만년필, 종이 등 여러종류의 필기구에는 이미 생산이 중단된 '단종품'과 애호가들은 겨냥하여 한정 생산되는 '한정판'이 있다. 이 단종품이나 한정판은 희귀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기 때문에 원래 판매되던 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이런 것을 필기구 수집을 처음 시작했던 중 2때 나는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오래된 문방구들을 돌아다니며 단종, 한정 필기구를 찾게 되었다. (현재는 만년필을 문방구에서 팔지 않지만 10년전만 해도 문방구에서는 만년필이 많이 팔렸었다.) 

 그러던 중 어떤 문방구에서 MICRO라는 회사의 제품의 엄청난 양을 보게 되었다.
이 마이크로라는 회사는 현재 존재하는 이마이크로 社의 전신으로, IMF당시 폐업하여 마이크로 로고가 찍혀 생산된 제품은 모두 단종되었다. 또 마이크로에서 만든 필기구들은 현재 한국 필기구들과는 달리 독일, 일본 제품에 견줄 수 있는 훌륭한 품질을 지녔기에 많은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나는 이 마이크로社의 제품을 모두 사들였고, 이를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몇 개의 제품만 팔렸고, 수많은 물량은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아직도 집에 몇 개 남아 있다.

 나는 어떤 점을 간과했던 것일까?
바로 희소가치라는 것은 희소함과 수요가 충족될 때 발생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희소함만 따져 무작정 구입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요가 없었던 제품들은 팔리지가 않았고, 수집가들이 찾는 일부 제품만 팔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어떤 문방구에서는 독일의 Rotring 社에서 만든 'Tikky Special'(이하 티키스페셜)이라는 샤프펜슬이 수십자루 있는 것을 보았다. 이 티키스페셜은 현재는 Tikky2로 디자인이 바뀌어 생산되는 단종 제품으로 특이하고도 예쁜 디자인과 실용성 때문에 많은 인기를 얻어, 정가가 2000원인데 8000~10000원의 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나는 티키스페셜을 모두 사 들였다. 티키스페셜에는 수많은 색상이 있는데(필기구 수집을 한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색상이 몇 종류나 있는 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 내가 구할 수 있었던 것은 핑크 마블링 20여자루, 레인보우 마블링 5자루, 옥색 마블링 1자루 였다.

 나는 좀 더 잘 팔리게 하기 위해 시세보다 약간 낮은 7000원에 필기구 동호회에 올려놨었다. 그리고 이것이 다 팔린다면 얼마나 이익을 남기게 될까 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실패였다.
처음엔 잘 팔리는 듯 하였으나 나중엔 핑크의 물량이 남아, 6500원, 6000원 가격을 낮추어 가다 결국 5000원이 되었을 때야 다 팔 수 있었다. 반면에 레인보우나 옥색의 경우에는 웃돈을 얹어줄테니 구해서 팔아달라는 요청이 밀려들었다. 옥색의 경우 13000원까지 제시했었다.

 여기서는 난 무엇을 간과한 것일까?
바로 공급량이 너무 많으면 기존의 수요가 채워져 시가가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핑크의 물량은 너무 많았기에 이걸 구하던 사람들의 수요는 다 채워졌고, 다시 그 사람들이 파는 경우도 있었기에 핑크의 가격은 계속 떨어졌던 것이다. 만약 내가 돈을 벌고자 했다면, 소량을 조금씩 조금씩 내다 팔아야 하는 것이 옳았던 것이다.

 이처럼 경제학은 큰 분야 뿐 아니라 일상 속 작은 분야까지 풀어낼 수 있다.
물론 경제학이란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 학문이기에 현실과는 조금 괴리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오히려 작은 분야일수록 일어날 수 있는 변수가 적기에 원리를 잘 알고 있다면 경제활동에서 더욱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http://granado2.tistory.com2009-10-31T08:27:04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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