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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the Door! 풍각쟁이 푸이의 일생,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 (1987)

그의 영화이야기

by 그라나도 2012. 7. 29.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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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사진은 네이버 영화에서 퍼왔습니다. 저작권 문제시 블로그로 연락 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최근 드라마 각시탈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각시탈 중 엔젤클럽에서 이강토가 풍각쟁이 노래를 부른다. 그저 그 시대를 그리기 위한 모습이려니 생각했는데 일각에선 그 노래가 드라마에 삽입된 것은 이강토의 슬픈 인생을 그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풍각쟁이의 의미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속으로는 슬픔을 가지고 사는 바람둥이라는 의미도 가진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안타까운 삶을 살 이강토의 인생에 대한 복선이 바로 이 노래라는 것이다.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청 황제이자 만주국의 황제, 애신각라 부의(아신자로 푸이)는 겉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황제라는 인생을 살아간다. 비록 망국의 황제가 되었지만, 청이 망하고도 자금성에서의 지위는 인정되고, 일본의 보호를 받고, 또 만주국의 황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혹자들은 만주국의 황제가 된 푸이를 가리켜 일본이 주는 단 것에 복종되어 꼭두각시 놀음을 한 사람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푸이, 그 역시 역사의 풍각쟁이 중 한 명이지 않을까 싶다.


 4시간 20분에 이르는 이 엄청난 길이의 영화의 시작은 푸이가 교도소에서 자살을 하려는 장면에 간수가 "Open the door!"이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 Open the Door이라는 말은 영화 내내 푸이라는 사람을 그리는 데 사용된다.


 어린 나이에 망국의 황제가 되었다. 나이를 먹어서 유모가 자금성 밖으로 나갈 때도, 얼굴도 잘 모르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는 밖으로 그들을 보러 나갈 수 없다. 바깥은 더 이상 청이 아닌 중화민국이고 푸이는 자금성 안에서만 황제이기 때문이다. 나갈 수 없지만 나가고 싶은 그는 계속해서 외친다. Open the door!


 두 부인 중 측실인 문수는 후궁이라는 것에 반발하여 떠나간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잡을 힘조차 없다. 청의 복벽이라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만주국의 황제가 되었으나, 모든 것은 일본군의 마음대로 된다. 마약 중독자라고 치료를 받으러 떠나야 된다는 원용을 보러 나갈 수도 없다.



 말은 황제지만 그는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 현실에 대한 소극적인 반항,

그 반항으로 그는 외쳤다. Open the door!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보는 사람의 상실감 조차 엄청나게 만든다. 영화 맨 처음 푸이가 즉위하는 장면에서는 엄청난 인원이 자금성에서 어린 그에게 무릎을 꿇는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 그는 자신이 살던 집, 자금성에 돈을 내고 표를 끊고 들어간다. 커다란 자금성에는 사람이 없고, 이전에 자기가 즉위를 했던 용상으로 가려고 한다. 작은 아이는 거기에 들어가면 안된다고 하고 푸이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중국의 황제였단다."


 영화가 중국이나 혹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면 공산주의를 찬양하고 푸이를 벌하는, 혹은 제국주의 침략을 미화하는 내용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탈리아 감독이 만든 영화라 그런지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에서 일본과 중국 둘 다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어디서 촬영했는지 모르겠지만, 장소 역시 꽤나 잘 고증이 되고 있다. 자금성은 물론,

최근 만주 여행을 다녀오면서 장춘의 만주국 황궁도 다녀왔는데, 만주국을 그리는 부분에서 그 황궁의 모습 역시 잘 구현되어 있다.


문수가 푸이를 떠나가는 장면에서 류이치 사카모토의 Rain이 OST로 삽입되어 나오는데 절절한, 잡고 싶은 마음은 가지고 있지만 할 수 있는 힘이 없는 푸이, 나아가서는 인생 전체에서의 그런 푸이의 모습을 잘 구현하고 있는 OST가 아닌가 싶다.




 영화 속에서든, 그리고 실제 역사 속에서든 그는 꽤 똑똑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힘 없는 이름만 황제였다. 그래서 그는 일본에 꼭두각시로 이용당했다. 겉은 황제지만 실제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의 모습, 그는 풍각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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