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문학에서는 영원한 사랑과 운명적인 사랑을 노래하지만, 과연 그런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좀 더 옛날이었다면 그런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더 많을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대에 살아가는 내가 보기엔 그런 사람을 그닥 없어 보인다. 그게 있는 지 없는 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그저 잠시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혹은 그저 있어야 하니깐 싶어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이게 무엇이 잘못되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냥 그런 가벼운 만남이 좋을 수도 있잖아? 라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말해오는 '사랑'이라는 가치가 결국 상대방을 향해 헌신적으로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가치임을 생각해보면은 뭔가 우리네의 사랑에 관련된 생각들은 잘못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서로 얼굴도 알지 못하는 시애틀의 샘과 볼티모어의 애니와의 이야기를 다룬다. 서로는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얼굴도 알지 못하고, 애니가 아는 것이라고 해봐야 샘의 아들인 조나가 방송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 남자에게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에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보자는 어쩌다보니 그 편지가 보내졌다. 아내를 잃은 샘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빅토리아를 만나본다. 그리고 그는 애써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붙여본다. 하지만 아들 조나는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틱틱 댄다 자꾸. 그런 아들이 자꾸 얼굴도 모르는 애니라는 여자가 보낸 편지를 보고 그 여자를 만나 보라고 한다. 아니 서로 모르는데 뭘 만나? 아버지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조나는 막무가내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간다. 애니는 내가 뭔 짓을 하는 건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이라고 생각하며 약혼자 윌터와 잘해보고자 하나 결국 그에게 미안하다 하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와 그녀는 그 곳에서 만나고 극은 끝난다.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에 대해 현대 사회에 만연한 가벼운 사랑을 부인하고 진정 운명적인 사랑도 있음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그런 것일까? 그런 주제를 가진 영화라면, 솔직히 실패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운명적이라는 말은 굉장히 환상적인 단어이다. 논리로는 해결되지 않는 범주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환상적인 단어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그것을 풀어가기 위해서 논리가 있을 필요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 엉성해 보이는 이 스토리에 대해서 뭐라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스토리는 환상적인 이야기에 대해서 이야기만 할 뿐, 왜 이들이 운명일까?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냥 그들이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라고 한다. 운명이라 하기에는 단지 라디오를 듣고 관심이 갔을 뿐이고, 우연히 지나친 아름다운 여자를 봤을 뿐인데 말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조건 없는 사랑에 관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샘은 어머니를 필요로 하는 조나 때문에 빅토리아를 한 번 만나볼까? 하는 생각으로 만나 본다. 그리고 편지를 보낸 애니에 대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뭘 만나! 라고 생각한다. 애니는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꾸면서도 결국 말도 안되는 짓을 자기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일등 신랑감인 약혼자 윌터와 잘해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결국 샘과 애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우연히 조우하게 되고, 그리고 서로를 직감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열린 이야기로 끝이 난다.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둘은 결혼할까? 영원히 사랑할까? 아니면 헤어질까? 영원히 사랑했다면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운명적 사랑을 노래하는 이야기일지도.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 뭐, 만나다 헤어졌을 수도 있고? 


     중요한 것은 샘과 애니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만났을 때,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전혀 없지만 그들은 서로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는다. 조나에게 어머니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조건이 있어서도,  훌륭한 신랑감이어서의 이유도 아니다. 그저 서로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런 조건 없이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다. 그들은 아무 조건없는 사랑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운명적인 사랑이란 게 있을까? 난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예언가들의 예언이 그 전에 예측하기 보다는 일이 일어난 뒤 맞추면 맞는 것을 보면, 이 운명론이라는 것은 우리가 그 운명을 예측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일이 모두 끝난 뒤, 이것은 운명적으로 이루어졌구나라고 생각하기 위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과연 이 사랑이 운명적인 사랑이 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들은 조건없는 사랑을 시작했고, 조건을 따지며 가볍게 만나는 현대의 사랑과는 달리 이 사랑은 운명적인 사랑으로 나아가는 문인 것은 확실하지 싶다.


    여담으로, 제목이 다소 아쉽기는 하다. 샘을 일컫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고 쓰이고 있는데, 샘이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샘과 애니가 그려가는 영화인데 말이다. 영화 제목만 보고는 여느 도시이름을 딴 영화처럼 시애틀이라는 도시의 모습을 중점으로 그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오히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만나고 말이다. 이 부분은 아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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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그라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