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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논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

그의 영화이야기/한국

by 그라나도 2012. 9. 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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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선 왕조 500년의 역사, 27명의 임금 중에서는 시호를 받지 못한 임금이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10대 임금이었던 연산군, 그리고 또 한명은 15대 임금이었던 광해군이다. 두 임금 모두 중종 반정과 인조 반정으로 인해 임금의 자리에서 쫓겨난 임금들이다. 임금이 쫓겨났다는 것은 충(忠)이 중시되는 조선 사회에서 임금을 몰아내고 새로 옹립해야 한다고 사대부들이 생각할만큼 크게 어긋나 있었다는 의미도 된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연산군이라는 임금은 과연 그 흉폭함이 실로 대단했었다.


     하지만 조선의 제 15대 임금이었던 광해군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많다. 당시에는 자식된 도리를 모르고 대비를 서인으로 강등해 유폐시켰다던지, 사대의 예를 저버리고 중립외교 정책을 펼쳤다는 점에 있어 유학이 중심이 되는 조선에서 왕으로서 잘못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서인들은 반정을 일으켰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임진왜란 당시 도망가버린 선조를 대신하여 전국 각지의 의병장들을 격려하고, 호패법과 대동법을 도입하려 힘썼으며, 명청교체기에 있어서 조선이 어느쪽으로 가야 전후에 가중된 혼란을 겪지 않을지를 고려했다고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작가들의 상상력이란 참 대단하다 싶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대장금 임명에 관한 한 줄의 내용만으로 전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인 <대장금>을 만들어내지를 않나, 이번에는 광해군 8년 승정원일기에 보름의 내용이 빠져있다는 부분에서 상상력의 나래를 발휘하여 대역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다니!!!


     왕의 대역 '하선'은 기생집의 만담꾼에 불과했다. 왕이 닮아서 대역을 해라고 해서 허균이 시킨대로 '경의 뜻대로 하시오' 라고 뻐꾸기처럼 말하고 일이 잘못되어도, 어차피 내 일 아닌데! 몇일하고 은 스무냥 받고 치우지라고 생각할만큼 국가의 안위에 대한 걱정 따위는 아무 것도 없고, 그냥 자기 자신의 일신을 위해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그런 하선이 궁에서 왕으로 생활하면서 변했다. 내관에게 설명을 들은 대동법, 왜 좋은데 신하들은 그렇게 반대하는 거지? 맛있게 팥죽을 만드는 궁녀 사월이에게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되었냐면서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을 흘렸다. 그저 나 하나만 어떻게 살아가며 되지!! 하고 생각했는데 왕노릇을 하면서 있어보니 이게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란 모름지기 백성들의 힘으로 이루어지고, 그 백성들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어야 국가이다. 설령 하나하나 사정을 듣고 다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억울하게 슬픈 길을 걷게 되는 일은 없도록 해주는 게 국가다. 근데 그런 국가를 경영한다는 자들이, 지주의 반발을 무서워해서 대동법의 시행을 반대하고, 명에 대한 사대의 예를 주장하면서 군사를 파견할 것을 주장한다. 중전은 어린날 평생 곁에 있어주겠노라 했던 약속은 어디로 가버린 채 자신의 오라비를 죽음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왕을 원망한다.


     왕이 곧 국가였던 시대, 왕의 존재 이유는 백성들을 지키기 위함이고 그에 따라 백성들은 왕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헌데, 내 백성들은 지키지도 못할 뿐더러 당장 옆의 중전마저 지키지 못하는 왕? 자기 밖에 생각 안하던 하선은  그런 여러 행태들을 보며 무엇이 왕인가 생각하게 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생각하고 자시고 한 것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왕은 백성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한 것. 그는 분노하고 백성들을 위한 정책을 강행한다.


     감독은 영화를 정치와 연관시키지 말아달라고 했으나, 때가 때인만큼 결코 떨어뜨리고 볼 수 없다. 상당히 훌륭한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일품이며, 특히 이병헌의 1인 2역 연기라든지, 류승룡의 허균 연기라든지 그렇다. <일지매>나 <동이>에서 보아왔듯, 한복과 잘 어울리는 한효주의 미모도 영화 몰입에 기여를 했다. 비록 익히 예상이 가능한 스토리지만은 몰입하기에 딱이었던 것. 하지만 그것만으로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올해 12월 대선을 치르고 거대 여야의 정당이 후보를 내 놓고 새로운 대통령의 자리를 위해 자신들의 정책을 피력하고 있다. 저마다의 정치적 성향을 바탕으로 이런 정책, 저런 정책을 내고 토론을 하고, 국민들은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옳다는 쪽에 투표를 행사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보수이든 진보이든, 방법은 다르더라도 우리나라의 국가 원수에게 원하는 것은 같을 것이다. 바로 국민을 위한 국가를 만드는 국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이 뽑혀야 한다는 것.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어떤 국가 원수가 훌륭한 국가 원수인가를 영화 흥행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쟁을 해 영토를 넓히는 국가 원수, 경제 성장을 이루는 국가 원수 모두 훌륭하지만, 정치 논리보다는 국민을 지키고 국민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 바로 국가의 존재 이유이고, 그런 국가의 존재 이유를 잘 지키는 국가 원수가 훌륭한 국가 원수이기 때문이다.


    광해군은 명청교체기라는 시대에 있어 중립외교를 펼치다 왕의 자리에서 쫓겨난 사람이다. 그 이후 집권 세력은 친명배금정책을 펼치다 결국 삼전도의 굴욕을 맛보고 많은 조선인들이 청에 끌려가는 수모를 겪었었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하선의 모습, 사대를 하기 보다는 내 백성을 걱정하는 그런 모습을 통해 영화는 그런 임금이 진정한 임금임을 그리고 있다. 오늘날의  시대에서도 한국은 주변에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의 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여 서로의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국민을 위해 일하고 국민을 걱정하는 진정한 지도자가 나오기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마음이 지금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흥행을 이끄는 원동력은 아닐까?




2012년 9월 27일-28일 Daum View Best에 올랐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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